회사생활 인간관계에서, 기억해야 할 것-사실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 있잖아. 그냥 말해주면 되지.

-사실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 있잖아. 그냥 말해주면 되지.

[밀물썰물] 말의 힘 - 부산일보 (busan.com)

** 최대한 특정 신원이 안 밝혀지도록 회사 용어를 바꿨습니다.**
**저는 회계 담당입니다.**

Episode 1.

2년 전 일.

타 부서 회계팀에서 각 팀원들에 특정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, 그 팀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었다.

우리 팀에서는 해당 대상들 중 하나인 강씨 요청으로
타 부서 회계 담당자에 연락해, 지급 누락된 건 아닌지 확인과 재촉을 여러번 한 상황.

강씨: 선생님, 아직도 돈이 안 들어왔어요.

나: 이미 몇번이나 그 부서에 연락드렸어요. 좀 더 기다려달래요.

강씨: 아니, 도대체 언제 돈이 들어와요? (어쩌고저쩌고)

나: 연락드렸는데도, 늦어지나봐요. 이미 여러 번 연락은 드렸어요.
(피곤)

그 날 밤, 당시 만나던 직장경력이 훨씬 많은 남자친구가 말했다.

나: 오늘 그 상황에서 너무 짜증나더라.

남자친구: 그냥 "연락해볼게요."라고 하지.

나: 아니, 오빠. 이미 나는 그 부서에 여러 번 연락했다니까?

남자친구: 그 사람이 그냥 듣고 싶었던 말은 "연락해볼게요"였을걸.
너가 실제로 더 연락하든 안하든, 그냥 말은 그렇게 하고 연락안하면 되지 뭐.
너가 거기서 "연락해볼게요"라고 얘기하면 그 사람도 원하는 답 들은건데 "감사합니다"하고 돌아갔겠지.
그러고 나서 물어보면 "연락해봤는데 답은 똑같네요." 하면 되잖아.

아.....

이 때, 처음 깨달았다.

나는 뭐하러, 뭐를 위해,

그 사람을 이기려 했지.

사실 사람이 말을 하는 건

원하는 말을 듣고 싶고, 본인의 마음을 달래고 싶어 하는 건데.

'말 한마디 천냥 빚을 갚는다'고

그냥 듣고 싶은 말 한마디 해주면 되는 건데.

힘든 일도 아닌데.

Episode 2.

그리고 올해 2월,


우리 팀 수많은 사업 담당자 중 하나인 'ㄱ'사업 담당자 김씨에게

본인 사업 예산을 세워 회계 부서에 검토 받으라 했다.
김씨는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왔는데 검토해보니 계산식에서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.

나: 이 사업금액은 어떻게 도출되었나요?

김씨: A의 계산식으로 구하였어요.

나: 아, A로 하라는 회사지침이 따로 있나요?

김씨: 아, 그건 잘 모르겠는데, 전에 당신 전임자가 이렇게 하라고 해서 했어요.

나: (???)
(왜 본인 사업 담당인데 어떤게 맞는지 모르고 내 전임자 얘기를 하지?)
선생님, 그럼 A가 확실히 맞는지 정확히 확인해주세요.

김씨: 근데 제가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.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요?

나: (;;;)
저도 한 번 알아보겠지만, 선생님 사업이니 선생님도 알아보세요.


(한참후)


나: (다른 부서 같은 사업담당자에 물어보고 B 계산식으로 적용하는 걸 확인함)
선생님, 타 부서는 B로 하고 있다는데, 선생님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, 정확히 맞는 거로 하세요.

김씨: 알겠어요.
(그냥 내가 알려준 B 그대로 적용)

그리고, 한달 전 10월.

결산 작업 중, A가 맞는지 B가 맞는지 윗선에서 얘기가 나왔다.




결국 감사부서에 다시 알아보니,


정확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, 타 부서들도 제각각 A와 B 중에 적용되고 있으며,

많은 부서가 A 방식으로 하고 있는 걸 확인,



즉, 김씨의 방식은 다수가 하고 있어 틀리지 않았고, 맞게 잘하고 있던 상황.

김씨: 아니, 그때 어디서 알아봐준거에요?
그 때 지침상 맞는지 감사 부서에 알아본 거 아니에요?
본인이 이렇게 하라고 해 잘 맞게 하고 있는데 수정했어요.
근데 틀렸잖아요!

나: (;;;;당황 및 딥빡)
아니, 선생님 그때 정확히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 말씀드렸잖아요.
항상 제 담당 아닌 일에 관여할 때, 다시 한 번 정확히 알아보고 판단 후 일하라 말해요.
근데 그 때 선생님이 정확히 안 알아본 걸 제 잘못이라 말하시면 어떡해요?


(왈가왈부)

김씨와 나는 친했던 사이지만, 이 일로 서로 속이 상했다.

이미 일어난 일이니, 그냥 그만 얘기하고 앞으로 잘하자로 끝났다.

나: 부서장님, 이것도 제 의무인가요?
사업 담당자가 스스로 자기 사업을 검토하고 예산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?
제가 회계 담당이란 이유로 그 사업 예산까지 맞는지 제가 알아보고 알려줘야 하나요?
그 사업 담당자가 오히려 제게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?
물론, 제가 그 때 감사부서가 아닌 타 부서 사업 담당자에 물어보고 김씨를 헷갈리게 한 건 잘못이라 할 수 있어요.
하지만, 감사부서에 알아보는 건 사업 담당자의 업무 아닌가요?
제가 회계 담당이란 이유로 모든 사업 담당자의 예산 계산식을 알아봐야 하나요?

부서장: 물론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건 사업 담당자 몫이지만, 회계 담당자로서 그게 맞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죠.

사실, 여기서 김씨에게 포인트는 계산식 A가 맞고, B가 맞고가 아닐 것이다.

그 때의 남자친구가 말해줬던대로.

김씨가 나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은

"김씨가 했던 방식이 맞았네요, 다시 검토해 번거롭게 돼 어떡해요. 미안해요."

이거였을 것이다.


나도 어쩌면, 알고 있었지만,

그 순간 어이도 없었고 꼴랑 자존심에 말하지 않았던 거다.





결국 11월 팀 회식,

술정신으로, 나는 먼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김씨에 사과하였다.

"그 때 죄송하단 말 한마디였으면 됐을텐데 그 때 그 일은 죄송해요."라고.


그 순간엔 억울해도, 화났어도, 어쨌든 나보다 어른이니까.
같이 소리 높인 나도 잘한 건 없으니까.

아무일 없듯이 대화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맘 한 구석이 불편하다.

김씨도 그렇겠지?

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부른다? CEO들의 말실수 – TrendSafari

위 사례들로 내가 얻은 교훈 두 가지.

1. 내 담당이 아닌 일에는 적당히 끼어들 것.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.

2.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훈. 그냥 그 사람이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 해준다면, 그냥 마무리될 것을.

앞으로도 종종 이런 포스팅을 올릴 예정!



먼 훗날의 관리자가 되었을 때 한번씩 읽어보며,

아랫 사람일 때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.

젊은 꼰대 되지 않으려고.

멋있게 늙으려고.

먼 날의 관리자가 된 내가 봐야 할 글